[BOLD MOVE]‘소중한 한 사람’을 위한 디자인, 모두의 삶을 바꾸다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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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사람’을 위한 디자인, 모두의 삶을 바꾸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단어만 들으면 추상적이고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일상에서 만날 수 있었던 개념입니다. 주둥이가 구부러지는 빨대, 한 손 라이터가 대표적이죠.


구부러지는 빨대는 1937년, 부동산 중개업자 조셉 프리드먼이 딸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전에 만들어진 종이 빨대는 너무 길어서, 키가 작은 딸이 밀크셰이크를 마시기 힘들었거든요. 조셉이 특허를 낸 빨대는 병원 환자들이 누워서도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이 크게 주목받으며 유명해졌습니다. 이후 대중에게도 퍼지면서 일상용품으로 자리 잡았죠. 


한 손 라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1820년대 등장한 최초의 라이터는 두 손으로 들어야 할 정도로 크고 묵직했습니다. 황산으로 불을 붙여야 해서 위험하기도 했죠. 영국 패션의 선구자이자 자동차 애호가였던 알프레드 던힐은 여기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자신처럼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한 손 라이터를 만들었죠. 지금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불을 붙일 수 있는 도구가 됐고요.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누군가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해, 모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 사물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01. 옥소(OXO) 굿 그립 감자칼: 모두에게 평등한 주방을 만들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시로 자주 언급되는 제품입니다. 일반 감자칼보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손잡이가 특징인데요. 옥소를 창립한 샘 파버(Sam Farber)는 관절염을 앓던 아내가 감자칼을 쓸 때마다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손목 힘이 약하거나 요리가 서툰 사람도 편하게 쓸 수 있는 도구를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후 수백 개의 모델을 만들고, 미국 관절염 재단의 자원 봉사자들을 모집해 테스트하며 옥소만의 감자칼을 완성했죠. 


옥소 굿 그립 감자칼의 손잡이는 자전거 핸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물에 젖어도 미끄러지지 않는 특수한 소재를 적용하고, 얇은 지느러미 무늬를 넣어서 한 손에 착 잡히게 했습니다. 덕분에 손목이 불편한 샘의 아내뿐만 아니라 고령층, 아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 도구로 유명해졌죠. 이처럼 디테일하게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옥소 감자칼은 2019년 현대 최고의 디자인 100선에서 레고, 애플 아이팟, 포스트잇을 제치고 6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02. 레버형 문손잡이: 더 많은 사람들의 편리함을 위한 고민, 당연한 일상이 되다


예전에는 많은 건물에서 주먹만 한 공, 또는 원통 모양 문손잡이를 사용했습니다. 손잡이를 손으로 꽉 쥐고 손목을 돌려야 문이 열렸는데요. 손힘이 약한 어린이나 고령층, 장애인들이 쓰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문을 여는 간단한 일도 타인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감정도 줬죠. 하지만 외관상 보기 좋고, 대다수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오랫동안 쓰였습니다. 


레버형 문손잡이는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아래로 누르기만 하면 되거든요. 덕분에 손이 불편하거나 물건을 들고 있을 때도 편리하게 문을 열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죠. 레버형 문손잡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사회적으로 좋은 메시지를 넘어, 실제로 모든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03. 냉장고 자동 문닫힘 기능: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편리함



‘스르륵 착~’하는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닫히는 냉장고 문. 이 기능도 처음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휠체어 사용자, 관절염 등으로 인해 손이나 팔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사용자를 고려했죠. LG전자는 특수 제작된 경첩으로 냉장고 문이 60° 내에서 자동으로 닫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사용자가 힘을 덜 줘도 완전히 밀폐되고, 천천히 닫혀 다칠 걱정도 줄여줍니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문이 부주의하게 열려 있는 상황도 막아줍니다. 깜빡하고 문을 닫지 않아서 전력이 낭비되는 일도 방지해주고요.


“냉장고 문 끝까지 닫아라~”라는 잔소리, ‘냉장고 문 끝까지 닫고 나왔나?’라는 걱정거리. 냉장고 문 닫힘 기능은 이처럼 사소하지만 신경 쓰이는 불편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사용 편의를 넘어 에너지 절약, 지속 가능성 등 사회적 가치로도 이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04. 전동칫솔: 더 깨끗한 치아를 더 쉽게


보다 꼼꼼하게, 편리하게 치아를 관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동칫솔도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도구에서 시작됐습니다. 1939년, 스위스 치과의사 필립 가이 우그(Dr. Philippe Guy Woog)는 손이 불편하거나 교정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전동칫솔을 만들었는데요. 당시에는 좌우로만 움직이는 단순한 수준이었는데도, 칫솔질이 자동으로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짧은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 등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1990년대 들어 이런 문제도 해결됐죠.


이제 전동칫솔은 적절한 양치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 초음파를 이용한 플라크 제거 등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돼 많은 사람들의 일상용품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입에 물고 있으면 치아 전체를 한 번에 닦아주는 U자형 전동칫솔도 개발되고 있죠. 양치가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누구나 더 나은 치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가 된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05. 타자기와 키보드: 친구를 위한 기록장치에서 손끝의 마법으로


컴퓨터, 스마트폰과 혼연일체인 키보드. 그 시작은 친구를 돕고 싶었던 한 발명가의 절실함이었습니다. 19세기 초, 이탈리아의 펠레그리노 투리(Pellegrino Turri)는 작가이자 소중한 친구가 시력을 잃어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펠레그리노는 그의 친구가 어떻게든 계속 글을 쓰게 돕고 싶었고, 시행착오 끝에 타자기와 타자기에 쓸 먹지를 개발했죠. 비록 크고 불편했지만, 키만 눌러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이 가능성에 다른 발명가들도 주목하면서 타자기는 계속 발전했고, 지금의 키보드로 진화했죠. 


이제 키보드는 일상의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빠르고 편리하게 글을 쓰고,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니까요. 키보드가 없었다면 우리의 디지털 경험은 훨씬 느리고 불편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키보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모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증인이기도 합니다. 


관점의 전환으로 만들어지는 모두가 행복한 디자인

옥소 감자칼에서부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키보드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의 많은 편리함은 처음에는 특정 개인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작은 아이디어와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단순히 '착한 디자인'이나 소수를 위한 배려를 넘어선 훨씬 크고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유니버설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관점의 전환'에 관한 문제입니다. 모두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다양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자 노력할 때, 더 나은 세상이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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