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NAVER, 29cm, 스타일쉐어, 라운즈까지
마케팅과 브랜딩 씬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브랜드 세계관을 펼쳐가고 있는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를 만났다.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카페, 그곳에 그가 앉아 있었다. 수수하고 편안한 옷차림에 커다란 눈망울까지 흘러내린 머리. 멀리서 봐도 이 세계를 마음껏 휘저으며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의 느낌이 있었다. 자신의 일을 반짝이는 눈망울로 즐겁게 대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어떤 동기가, 어떤 마음이, 태도가 그를 그렇게 반짝이게 만들었는지 듣고 싶었다. 실무자 관점의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만들어가는 브랜딩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브랜딩의 시작,
우리의 시작점을 돌아보는 일
이제 막 브랜딩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처음 브랜딩 영역을 경험했을 때 느꼈던 막막함은 브랜딩 이론이 너무 다양하고 산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브랜딩 이론에 대한 디렉터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그는 삼성전자에 마케터로 입사한 후 영국 런던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네이버에 합류했다.
브랜딩은 사람마다 그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브랜딩 이론 너무 다양하죠. 글쎄요, 과연 브랜딩에 있어서 이론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브랜딩 이론에서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현장에서 실무를 할 때, 그런 브랜딩 이론은 하나도 신경 안 써요. 제가 생각하는 저만의 방식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는 거죠. 명확한 What을 규정하고 그것을 잘 알리는 것, 제가 하고 있는 브랜딩의 방식인 거죠.
그럼, 브랜딩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뭘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Branding’이라고 하는 것은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예요. 명확하죠. 그리고 여기에서 3가지 포인트가 있어요. 첫 째, 남들과 ‘다른’ 둘째, 나만의 ‘가치’ 셋째, 그것에 대한 ‘행위’이죠. 이 3가지 포인트가 가장 중요합니다.
브랜딩의 시작은 나만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남들에게 뭘 알릴 게 있어야 우리를 소개하잖아요. 그걸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데,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알릴까? 우리만의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죠. 이 고민의 시작이 브랜딩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 ‘가치’라고 하는 단어가 참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단어로 ‘핵심 경험’이라고 말해요.
핵심 경험은 여러가지일 필요가 없어요.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그 무엇. 무조건 1-2개만 정해보라고 말씀드려요.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접했을 때, 반드시 느껴야 하는 경험이 핵심 경험입니다.

핵심 경험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핵심 경험은 ‘기능적 경험’과 ‘감성적 경험’으로 나뉘어져요. 기능적 경험은 다른 말로 우리만의 강점이에요. 사실 강점이 없는 회사도 많아요. 하지만 찾아내야죠. 기능적 경험을 찾기 위해서 두 가지 질문을 주로 던집니다.
기능적 경험을 찾아내는 방법
이 브랜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죠. 스타일쉐어나 29cm도 다 탄생 배경이 있어요. 이 브랜드가 시장에 왜 어떻게 진입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분명 이유가 있거든요. 그 이유를 다시 돌아보는 겁니다. 2) 우리 브랜드가 만약 세상에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할 것은 무엇인가? 그게 없다면? 사실 존재 이유도 없는 거죠. 그 브랜드는 세상에 없어도 되는 브랜드이죠. 왜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필요할까. 우리가 없다면 세상이 무엇이 불편해질까를 고민해보는 거에요. 그런데 종종 어떤 분들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라고 말해요. 없으면 만들어서라고 이제부터 시작해야죠. 그런데 또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대요. 그럼 제가 또 “정말 백 번 고민해도 없어요?”라고 물은 뒤, ‘감성적 경험’을 만들라고 말씀드려요.
감성적 경험을 찾아내는 방법
기능적 경험이 우리의 강점이라면, 감성적 경험은 우리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거예요. 우리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만드는 거죠. 배달의 민족이 좋은 사례인데, 배달의 민족이 가진 서비스가 사실 특허를 가질 만큼 굉장한 기술은 아니죠. 그래서 바로 ‘요기요’나 ‘배달통’같은 후발주자들이 등장했죠. 배달이 얼마나 빨리 오는가 혹은 얼마나 많은 식당을 확보하는가…기능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요. 시장에서 이미 기술적으로 샹향 평준화 되었을 때, 감성적 경험을 찾아내는 겁니다. 배달의 민족은 처음에 굿즈를 만들고 소위 ‘잡지 테러’라 불리는 광고를 내고, 배민의 컬러를 명확하게 인지시키고, 배민만의 유머코드를 만들었죠. 배민만의 이미지와 감각, 위트가 연결되어 하나의 브랜드로 인지된 사례죠.
또 하나의 사례로 현대카드 말씀을 드려요. 처음에 현대카드가 시장에 진입했을 때, 1%대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어요. 팔로워 중에서도 늦은 팔로워였죠. 그런데 갑자기 2005년에 사라포바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데리고 와서 슈퍼매치를 만들어요. 그것 뿐이 아니죠. 지속적으로 컬쳐 프로젝트를 해요. 전시도 만들고 공간도 만들고. 2005년부터 2023년까지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감성적 경험을 만들어온 가죠. 지금은 시장 점유율 3위거든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의 시작이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언어들을 사용해서 좋네요. 같은 맥락으로 미션과 비전을 뽑는 디렉터님의 방법도 조언해 주시면 좋겠어요. 실제 29cm에서도 ‘Guide to better choice’라는 엣지있고 실질적인 언어로 모든 브랜딩의 기준을 잡으셨잖아요.
브랜드 미션과 비전 역시 핵심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탄생의 배경’과 많이 연결되어 있어요. 29cm는 왜 시작되었는가?부터 살펴보면, 제가 2013년 입사 당시 타 커머스는 모두 제품과 가격이었어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았죠. 브랜드 명, 이미지, 가격, 할인가가 전부였죠.
29cm 탄생의 배경은 그런 시장에서 차별성을 갖는 것. 즉,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나고 신생 브랜드 혹은 오래되고 유명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그만의 가치과 스토리가 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걸 잘 모르죠. 우리는 그걸 잘 끄집어내는 것이 핵심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스토리텔링이죠. 그냥 그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개념을 워딩으로 뽑아내는 거에요. 기능적 핵심 경험은 스토리텔링. 그리고 미션을 뭘로 해야할까? 대표님과 밤낮을 커피숍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다가 뽑은 워딩이 바로 ‘Guide to better choice’예요. 이 단어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잘 표현하고 생각했고, 확장성도 있었죠. 사람들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는 미션을 잡고 브랜딩 전체 기획을 시작하는 거죠. 회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는지와 연결하는 겁니다.
그런데 탄생에 별 배경이 없는 회사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럼 그런 회사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 어떤 핵심 경험을 가져가야 하는가? 앞으로 어떤 차별을 가져야가 하는가?’라고 질문해보는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해요. 업의 정의라고 해야할까요. 우리가 이 업에서의 역할이 아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중요한 거예요. 예를 들어, 침구류를 만드는 회사인데 우리 업의 정의를 ‘침구 만드는 회사’라고 하면 거기서 끝나죠. 하지만 우리 업의 정의를 ‘사람들의 질 좋은 수면을 돕는 것’으로 한다면 침구를 너머 수면 앱을 만들 수도 있는 거죠.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업의 정의’가 말해주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션을 잡고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미션을 잡고 내부에서 박수치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어떻게 외부에 알리고 상품과 연결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실제 내부 구성원들이 행동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내부 설득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 설득은 어떻게 하시나요?
브랜딩은 선언이에요. 합의가 아닙니다. 합의를 하면 아무 것도 안 나와요. 명확하게 브랜딩은 합의가 아니라 선언이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이제 이렇게 정했고, 이제 이걸 가지고 나아가자! 하는 것이고 합의라기 보다는 오히려 세뇌에 가깝죠.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구나,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구나, 베이스에 깔고 일을 하는 게 맞는 거죠. 물론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훨씬 빠른 방법이긴 해요. 저는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이게 맞아? 아니야? 합의하는 것보다도 선포식을 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포식도 하나의 설득이라고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명확한 리더십으로 구성원을 끌고 가는 것이나 확신을 주는 명확한 가이드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구성원을 움직이게 만드는 설득의 힘이랄까요.
브랜딩에서 이게 맞고 안 맞고는 없어요. 내부적으로 결정한 뒤에 선언하고 행동하는 것이죠. 특히 이 브랜드를 만든 창업주 혹은 대표님의 생각을 잘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터와 브랜드 디렉터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 말하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
브랜딩과 마케팅은 같으면서도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브랜딩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다름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성님이 생각하시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마케팅은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이고,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이죠. 어떻게 다른지 예시를 들어서 말씀드릴게요. 아까 나왔던 침대 브랜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가 고객이에요. 침대를 사러 백화점에 갔어요. 매장을 둘러보는데 여러 브랜드 있는데 ‘어디를 가야할까?’ 하다가 눈에 들어오는게 20% 할인 눈에 들어와요. 그럼 그 브랜드로 갈 수밖에 없죠. 나의 돈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침대를 사고 싶으니 그 곳에 가요. 브랜드의 영역으로 가는 거죠. 제가 침대를 이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면 누군가 와서 설명을 하죠. 영업 사원이에요. 영업사원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바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죠.
“알겠습니다. 돌아보고 올게요.”
예의상이라도 이렇게 말하고 막 그 숍을 나가려는데 영업사원이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 까지 백화점 상품권 세일해요 혹은 제가 특별히 고객님에게 5% 더 할인혜택을 드릴게요,
그 외에 카드사 할인, 사은품으로 베개 2개 드릴게요.”
나쁘지 않아요. 그렇게 다른 매장 둘러보다가 결국 거기에 가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마케팅이에요. 이걸 디지털로 옮겨도 똑같아요. 침대에 관심이 있어서 침대 사이트 몇 개 클릭하면, 이제 침대 브랜드가 막 보여요. 나는 뭘로 움직이느냐. 결국 할인으로 움직이겠죠. 거기 상세페이지 들어가며 영업사원이 하는 이야기가 똑같이 나와요. 나올 때 밑에 카드사 할인, 베게 추가 증정이라고 쓰여 있으면 살 확률이 올라가요. 이게 바로 디지털 마케팅이죠.
브랜딩은 뭐냐. 브랜딩을 이야기할 때 시몬스 이야기 많이해요. 시몬스가 만든 광고나 경험 공간에는 침대가 없잖아요. 사람들이 레트로하고 미국 스러운 아기자기한 굿즈를 경험해요. 그들이 주고 싶었던 감성적 핵심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감성적으로 다른 침대 브랜드와 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
레트로에서 오는 세련됨과 힙함이 있죠. 그리고 예뻐요. 사람들이 막 모여요. 시몬스 공간에 몇 만 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죠. 침대가 없는 것도 특이하죠. 그렇게 사람들은 시몬스에 대한 기억을 갖죠. 다시, 침대를 살 시기가 되서 백화점에 갔어요. 그럼 이 사람은 시몬스를 샀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몰라요. 할인되는 곳에 갈 수있겠죠. 하지만 시몬스 매장은 분명히 방문했을 것이다. 관심있게 보는 것은 분명하다. 라는 겁니다. 이게 브랜딩이에요. 좀 다른 영역이죠.

요즘은 정말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또 자신만의 경험을 잘 만드는 브랜드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다양한 레퍼런스를 봐야한다는 강박적 압박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얼마 전 “레퍼런스 많이 보면 내 걸 못 만든다.”라는 문장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성님은 어떠신가요? 레퍼런스를 보시나요?
전 안 봐요. 저는 경쟁사 하나도 안 봐요. 경쟁사 사이트에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처음에 어떤 대표님은 의아해했어요. 저는 정말 경쟁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레퍼런스를 찾아도 다른 업계에서 봐요. 경쟁사 보는 거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내러티브 툴킷을 통해 앞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갈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일단 ‘핵심 경험’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세요. 툴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만의 브랜드 내러티브를 잡고 끝나면 안 돼요. 어, 우리 내러티브 잡았어. 스토리 잡았어. 하고 끝! 하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아요.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겠죠.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 혹은 애착이 생겨날 수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끝나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뭐라도 해야 해요. 크게 생각하되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사람들이 브랜딩이라고 하면 자꾸만 큰 것만 생각해요. 성공사례만 보니까 자꾸 큰 것만 하려고 하는데 그게 제일 발을 못 뗴게 하는 이유거든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저도 처음엔 진짜 작은 것부터 시작했어요.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는 작은 기업이라서 고객 데이터 없다. 우성님은 큰 조직에서 고객 분석 다 해서 브랜딩 한 거 아니냐. 제가 브랜딩 할땐 고객 분석 안 했어요. 고객 중심과 브랜드 중심이라고 하는 게 있어요. 보통 고객 중심이 맞죠. 서비스는 고객 중심으로 만들어야 해요. 마케팅은 어떻게든 고객중심으로 해야죠. 브랜딩도 고객 중심적으로 가야하나?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고객도 중요해요. 하지만 브랜딩은 나의 개성을 만들어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개성을 만들 때는 고객만 찾아다니면 나의 개성을 만들 수 없어요. 고객이 좋아하는 게 예를 들어 ‘트렌드’라고 번역할 수 있겠죠? 트렌드를 따라가면 나만의 개성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럼 늘상 똑 같은 결과가 나오겠죠. 그래서 브랜딩하는 사람들은 브랜드 중심적인 사고가 필요해요. 좀 더 뻔뻔하게. 내가 자신있고 뾰족하고 개성 있어야 사람들이 날 쳐다보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따라가는 거죠.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님은 내면의 단단함이 유난히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일궈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반짝이는 빛이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오랜 경쟁 생활에 지쳐 브랜딩 씬에 왔을 때 느꼈던 어떤 해방감과 위로가 이 문장에서도 느껴졌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유행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내 안으로 깊게 파고들어 우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브랜딩의 시작이 아닐까.
스토리소사이어티에서 개발한 브랜드 내러티브 툴킷은 철저하게 내 안으로 향할 수 있는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디, 이 툴킷을 사용하는 실무자와 브랜드 운영자들은 세상의 유행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쌓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스토리소사이어티의 'Brand Narrative Toolkit' 런칭 시, 진행했던 인터뷰입니다.
당시, 구매자에 한하여 공개했던 인터뷰를 다듬어 다시 전합니다.
삼성전자, NAVER, 29cm, 스타일쉐어, 라운즈까지
마케팅과 브랜딩 씬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브랜드 세계관을 펼쳐가고 있는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를 만났다.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카페, 그곳에 그가 앉아 있었다. 수수하고 편안한 옷차림에 커다란 눈망울까지 흘러내린 머리. 멀리서 봐도 이 세계를 마음껏 휘저으며 자유롭게 즐기는 사람의 느낌이 있었다. 자신의 일을 반짝이는 눈망울로 즐겁게 대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어떤 동기가, 어떤 마음이, 태도가 그를 그렇게 반짝이게 만들었는지 듣고 싶었다. 실무자 관점의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만들어가는 브랜딩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제 막 브랜딩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처음 브랜딩 영역을 경험했을 때 느꼈던 막막함은 브랜딩 이론이 너무 다양하고 산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브랜딩 이론에 대한 디렉터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그는 삼성전자에 마케터로 입사한 후 영국 런던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학위를 마치고 네이버에 합류했다.
브랜딩은 사람마다 그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브랜딩 이론 너무 다양하죠. 글쎄요, 과연 브랜딩에 있어서 이론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브랜딩 이론에서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현장에서 실무를 할 때, 그런 브랜딩 이론은 하나도 신경 안 써요. 제가 생각하는 저만의 방식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는 거죠. 명확한 What을 규정하고 그것을 잘 알리는 것, 제가 하고 있는 브랜딩의 방식인 거죠.
그럼, 브랜딩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뭘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Branding’이라고 하는 것은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예요. 명확하죠. 그리고 여기에서 3가지 포인트가 있어요. 첫 째, 남들과 ‘다른’ 둘째, 나만의 ‘가치’ 셋째, 그것에 대한 ‘행위’이죠. 이 3가지 포인트가 가장 중요합니다.
브랜딩의 시작은 나만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남들에게 뭘 알릴 게 있어야 우리를 소개하잖아요. 그걸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데,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알릴까? 우리만의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죠. 이 고민의 시작이 브랜딩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 ‘가치’라고 하는 단어가 참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단어로 ‘핵심 경험’이라고 말해요.
핵심 경험은 여러가지일 필요가 없어요.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그 무엇. 무조건 1-2개만 정해보라고 말씀드려요.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접했을 때, 반드시 느껴야 하는 경험이 핵심 경험입니다.
핵심 경험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요?
핵심 경험은 ‘기능적 경험’과 ‘감성적 경험’으로 나뉘어져요. 기능적 경험은 다른 말로 우리만의 강점이에요. 사실 강점이 없는 회사도 많아요. 하지만 찾아내야죠. 기능적 경험을 찾기 위해서 두 가지 질문을 주로 던집니다.
기능적 경험을 찾아내는 방법
이 브랜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죠. 스타일쉐어나 29cm도 다 탄생 배경이 있어요. 이 브랜드가 시장에 왜 어떻게 진입했는가를 생각해보면 분명 이유가 있거든요. 그 이유를 다시 돌아보는 겁니다. 2) 우리 브랜드가 만약 세상에 없다면 사람들이 가장 불편해할 것은 무엇인가? 그게 없다면? 사실 존재 이유도 없는 거죠. 그 브랜드는 세상에 없어도 되는 브랜드이죠. 왜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필요할까. 우리가 없다면 세상이 무엇이 불편해질까를 고민해보는 거에요. 그런데 종종 어떤 분들은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라고 말해요. 없으면 만들어서라고 이제부터 시작해야죠. 그런데 또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대요. 그럼 제가 또 “정말 백 번 고민해도 없어요?”라고 물은 뒤, ‘감성적 경험’을 만들라고 말씀드려요.
감성적 경험을 찾아내는 방법
기능적 경험이 우리의 강점이라면, 감성적 경험은 우리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거예요. 우리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만드는 거죠. 배달의 민족이 좋은 사례인데, 배달의 민족이 가진 서비스가 사실 특허를 가질 만큼 굉장한 기술은 아니죠. 그래서 바로 ‘요기요’나 ‘배달통’같은 후발주자들이 등장했죠. 배달이 얼마나 빨리 오는가 혹은 얼마나 많은 식당을 확보하는가…기능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요. 시장에서 이미 기술적으로 샹향 평준화 되었을 때, 감성적 경험을 찾아내는 겁니다. 배달의 민족은 처음에 굿즈를 만들고 소위 ‘잡지 테러’라 불리는 광고를 내고, 배민의 컬러를 명확하게 인지시키고, 배민만의 유머코드를 만들었죠. 배민만의 이미지와 감각, 위트가 연결되어 하나의 브랜드로 인지된 사례죠.
또 하나의 사례로 현대카드 말씀을 드려요. 처음에 현대카드가 시장에 진입했을 때, 1%대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어요. 팔로워 중에서도 늦은 팔로워였죠. 그런데 갑자기 2005년에 사라포바 같은 세계적인 스타를 데리고 와서 슈퍼매치를 만들어요. 그것 뿐이 아니죠. 지속적으로 컬쳐 프로젝트를 해요. 전시도 만들고 공간도 만들고. 2005년부터 2023년까지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감성적 경험을 만들어온 가죠. 지금은 시장 점유율 3위거든요.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의 시작이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고 실질적인 언어들을 사용해서 좋네요. 같은 맥락으로 미션과 비전을 뽑는 디렉터님의 방법도 조언해 주시면 좋겠어요. 실제 29cm에서도 ‘Guide to better choice’라는 엣지있고 실질적인 언어로 모든 브랜딩의 기준을 잡으셨잖아요.
브랜드 미션과 비전 역시 핵심 경험과 연결되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탄생의 배경’과 많이 연결되어 있어요. 29cm는 왜 시작되었는가?부터 살펴보면, 제가 2013년 입사 당시 타 커머스는 모두 제품과 가격이었어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았죠. 브랜드 명, 이미지, 가격, 할인가가 전부였죠.
29cm 탄생의 배경은 그런 시장에서 차별성을 갖는 것. 즉,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나고 신생 브랜드 혹은 오래되고 유명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그만의 가치과 스토리가 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그걸 잘 모르죠. 우리는 그걸 잘 끄집어내는 것이 핵심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스토리텔링이죠. 그냥 그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개념을 워딩으로 뽑아내는 거에요. 기능적 핵심 경험은 스토리텔링. 그리고 미션을 뭘로 해야할까? 대표님과 밤낮을 커피숍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다가 뽑은 워딩이 바로 ‘Guide to better choice’예요. 이 단어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잘 표현하고 생각했고, 확장성도 있었죠. 사람들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는 미션을 잡고 브랜딩 전체 기획을 시작하는 거죠. 회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는지와 연결하는 겁니다.
그런데 탄생에 별 배경이 없는 회사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럼 그런 회사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 앞으로 어떤 핵심 경험을 가져가야 하는가? 앞으로 어떤 차별을 가져야가 하는가?’라고 질문해보는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해요. 업의 정의라고 해야할까요. 우리가 이 업에서의 역할이 아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중요한 거예요. 예를 들어, 침구류를 만드는 회사인데 우리 업의 정의를 ‘침구 만드는 회사’라고 하면 거기서 끝나죠. 하지만 우리 업의 정의를 ‘사람들의 질 좋은 수면을 돕는 것’으로 한다면 침구를 너머 수면 앱을 만들 수도 있는 거죠.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업의 정의’가 말해주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션을 잡고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미션을 잡고 내부에서 박수치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어떻게 외부에 알리고 상품과 연결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실제 내부 구성원들이 행동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내부 설득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 설득은 어떻게 하시나요?
브랜딩은 선언이에요. 합의가 아닙니다. 합의를 하면 아무 것도 안 나와요. 명확하게 브랜딩은 합의가 아니라 선언이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이제 이렇게 정했고, 이제 이걸 가지고 나아가자! 하는 것이고 합의라기 보다는 오히려 세뇌에 가깝죠.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구나,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구나, 베이스에 깔고 일을 하는 게 맞는 거죠. 물론 이게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훨씬 빠른 방법이긴 해요. 저는 오히려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이게 맞아? 아니야? 합의하는 것보다도 선포식을 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포식도 하나의 설득이라고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명확한 리더십으로 구성원을 끌고 가는 것이나 확신을 주는 명확한 가이드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구성원을 움직이게 만드는 설득의 힘이랄까요.
브랜딩에서 이게 맞고 안 맞고는 없어요. 내부적으로 결정한 뒤에 선언하고 행동하는 것이죠. 특히 이 브랜드를 만든 창업주 혹은 대표님의 생각을 잘 풀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같으면서도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브랜딩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다름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성님이 생각하시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마케팅은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이고,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이죠. 어떻게 다른지 예시를 들어서 말씀드릴게요. 아까 나왔던 침대 브랜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가 고객이에요. 침대를 사러 백화점에 갔어요. 매장을 둘러보는데 여러 브랜드 있는데 ‘어디를 가야할까?’ 하다가 눈에 들어오는게 20% 할인 눈에 들어와요. 그럼 그 브랜드로 갈 수밖에 없죠. 나의 돈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침대를 사고 싶으니 그 곳에 가요. 브랜드의 영역으로 가는 거죠. 제가 침대를 이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면 누군가 와서 설명을 하죠. 영업 사원이에요. 영업사원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바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죠.
“알겠습니다. 돌아보고 올게요.”
예의상이라도 이렇게 말하고 막 그 숍을 나가려는데 영업사원이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 까지 백화점 상품권 세일해요 혹은 제가 특별히 고객님에게 5% 더 할인혜택을 드릴게요,
그 외에 카드사 할인, 사은품으로 베개 2개 드릴게요.”
나쁘지 않아요. 그렇게 다른 매장 둘러보다가 결국 거기에 가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마케팅이에요. 이걸 디지털로 옮겨도 똑같아요. 침대에 관심이 있어서 침대 사이트 몇 개 클릭하면, 이제 침대 브랜드가 막 보여요. 나는 뭘로 움직이느냐. 결국 할인으로 움직이겠죠. 거기 상세페이지 들어가며 영업사원이 하는 이야기가 똑같이 나와요. 나올 때 밑에 카드사 할인, 베게 추가 증정이라고 쓰여 있으면 살 확률이 올라가요. 이게 바로 디지털 마케팅이죠.
브랜딩은 뭐냐. 브랜딩을 이야기할 때 시몬스 이야기 많이해요. 시몬스가 만든 광고나 경험 공간에는 침대가 없잖아요. 사람들이 레트로하고 미국 스러운 아기자기한 굿즈를 경험해요. 그들이 주고 싶었던 감성적 핵심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감성적으로 다른 침대 브랜드와 다른 느낌을 주고 싶어.”
레트로에서 오는 세련됨과 힙함이 있죠. 그리고 예뻐요. 사람들이 막 모여요. 시몬스 공간에 몇 만 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죠. 침대가 없는 것도 특이하죠. 그렇게 사람들은 시몬스에 대한 기억을 갖죠. 다시, 침대를 살 시기가 되서 백화점에 갔어요. 그럼 이 사람은 시몬스를 샀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몰라요. 할인되는 곳에 갈 수있겠죠. 하지만 시몬스 매장은 분명히 방문했을 것이다. 관심있게 보는 것은 분명하다. 라는 겁니다. 이게 브랜딩이에요. 좀 다른 영역이죠.
요즘은 정말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또 자신만의 경험을 잘 만드는 브랜드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다양한 레퍼런스를 봐야한다는 강박적 압박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얼마 전 “레퍼런스 많이 보면 내 걸 못 만든다.”라는 문장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성님은 어떠신가요? 레퍼런스를 보시나요?
전 안 봐요. 저는 경쟁사 하나도 안 봐요. 경쟁사 사이트에 전혀 들어가지 않아요. 처음에 어떤 대표님은 의아해했어요. 저는 정말 경쟁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레퍼런스를 찾아도 다른 업계에서 봐요. 경쟁사 보는 거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내러티브 툴킷을 통해 앞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갈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요?
일단 ‘핵심 경험’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세요. 툴킷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만의 브랜드 내러티브를 잡고 끝나면 안 돼요. 어, 우리 내러티브 잡았어. 스토리 잡았어. 하고 끝! 하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아요.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겠죠.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 혹은 애착이 생겨날 수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끝나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뭐라도 해야 해요. 크게 생각하되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사람들이 브랜딩이라고 하면 자꾸만 큰 것만 생각해요. 성공사례만 보니까 자꾸 큰 것만 하려고 하는데 그게 제일 발을 못 뗴게 하는 이유거든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저도 처음엔 진짜 작은 것부터 시작했어요.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는 작은 기업이라서 고객 데이터 없다. 우성님은 큰 조직에서 고객 분석 다 해서 브랜딩 한 거 아니냐. 제가 브랜딩 할땐 고객 분석 안 했어요. 고객 중심과 브랜드 중심이라고 하는 게 있어요. 보통 고객 중심이 맞죠. 서비스는 고객 중심으로 만들어야 해요. 마케팅은 어떻게든 고객중심으로 해야죠. 브랜딩도 고객 중심적으로 가야하나?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고객도 중요해요. 하지만 브랜딩은 나의 개성을 만들어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개성을 만들 때는 고객만 찾아다니면 나의 개성을 만들 수 없어요. 고객이 좋아하는 게 예를 들어 ‘트렌드’라고 번역할 수 있겠죠? 트렌드를 따라가면 나만의 개성을 만들 수가 없어요. 그럼 늘상 똑 같은 결과가 나오겠죠. 그래서 브랜딩하는 사람들은 브랜드 중심적인 사고가 필요해요. 좀 더 뻔뻔하게. 내가 자신있고 뾰족하고 개성 있어야 사람들이 날 쳐다보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따라가는 거죠.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님은 내면의 단단함이 유난히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내 손으로 무언가를 일궈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반짝이는 빛이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오랜 경쟁 생활에 지쳐 브랜딩 씬에 왔을 때 느꼈던 어떤 해방감과 위로가 이 문장에서도 느껴졌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유행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내 안으로 깊게 파고들어 우리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브랜딩의 시작이 아닐까.
스토리소사이어티에서 개발한 브랜드 내러티브 툴킷은 철저하게 내 안으로 향할 수 있는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디, 이 툴킷을 사용하는 실무자와 브랜드 운영자들은 세상의 유행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쌓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스토리소사이어티의 'Brand Narrative Toolkit' 런칭 시, 진행했던 인터뷰입니다.
당시, 구매자에 한하여 공개했던 인터뷰를 다듬어 다시 전합니다.